「2017 창원국제실내악축제」 공연 리뷰
      ‘10일간의 음악여행’ 18개 프로그램 운영
   창원 마산 진해 등 시내 일원에서 실내.야외공연 동시 개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잘 살린 ‘창원찬가’ 호평”

 창원문화재단이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2017 창원국제실내악축제가 지난 16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의 음악여행을 마쳤다.

 숨가쁘게 달려온 ‘2017 창원국제실내악축제(CHAMF)’를 테마별로 정리했다.

10일간의 음악여행은 마중, 설렘, 조우, 동행, 다시시작 등 다섯 가지 테마로, 하나하나의 테마를 맞이할 때 마다 다음 여행의 목적지를 찾아가듯 설레는 마음을 담았다.
 
김도기 음악감독(창원대 음악학과 교수)을 필두로, 뛰어난 실력을 겸비한 관록 있는 연주자부터 미래의 아티스트를 꿈꾸는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참여했다.

마중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의 첫 문을 열었던 창원시 음악협회들의 무대는 사흘간 이어졌다. 진해 음악협회를 시작으로 창원, 마산 음악협회까지 각자의 색깔 있는 곡들로 창원을 물들였다.

먼저 색깔을 보여준 진해음악협회는 가장 오래된 역사만큼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줬고 창원음악협회는 우아한 클래식 연주와 우리나라 전통의 민요를 느낄 수 있는 퓨전국악 무대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테마 마중의 무대를 장식한 한국음악협회 마산지부 공연은 예술의 고향답게 아름다운 하모니의 합창으로 가득했다.

설렘
두 번째 테마인 새바의 한여름 밤의 시네 콘서트와 두 번째 달과 고영열이 함께한 창원의 집에서 열린 고택음악회는 야외라는 공간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느낌과 멋을 한층 더했다. 축제 중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아이들에게도 실내악이란 음악을 소개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창원에 역사가 살아 있는 창원의 집에서 듣는 퓨전국악과 고영열의 구성진 소리는 관객석은 물론 창원의 집 곳곳에 울려 퍼졌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판소리 춘향가와 그 사이로 들려오는 창원시민들의 추임새가 어우러져 관객과 음악, 연주자의 호흡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주말동안 함께했던 공연은 무겁게 느껴졌던 실내악이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직접 찾아간 순간이었다. ‘클래식’한 프로그램들은 아니지만 실내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겼다.

조우
세 번째 테마 조우는 8월 21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이경선 서울대 교수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의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경선 교수의 표정에서는 설렘이 가득했다.

극찬을 받았던 사계를 시작으로 낭만파 음악의 대가인 차이코프스키의 ‘플로렌스의 추억’의 곡은 박수와 환호를 절로 부르는 연주였다. 피아노 없이 연주한 피아졸라의 사계는 역시 이경선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다. 창원대 김한기 교수가 편곡한 ‘고향의 봄’연주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경선 교수의 연주여서인지 관객들에게 보다 더한 여운과 감동을 주었고 수 차례 기립박수를 받았다.

동행
축제의 가장 많은 프로그램들로 구성된 ‘동행’은 개막공연 스프링트리오의 연주로 시작됐다.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가센하우어’를 시작으로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피아졸라의 사계는 익숙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마지막 곡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라단조 49번’은 클래식의 정통음악으로 꼽히는 곡이다. 스프링 트리오가 가지는 고상한 기품과 함께 애틋한 서정이 어루러져 마지막 대미를 장식했다.

다음날 노부스 콰르텟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국의 실내악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은 지난 23일 창원 성산아트홀 무대에 올라 섬세한 현들로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노부스 콰르텟은 공연이 끝난 후 사인회를 통해 팬들과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의 첫 시작과 노부스 콰르텟의 10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24일 이번 축제의 음악감독이자 창원대학교 교수 김도기 음악감독의 지휘하는 3색 캠퍼스의 하모니와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콘서트가 동행했다.

24일 오후 7시 30분 3·15 아트센터에서 열린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실내악 콘서트의 무대는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소통해온 창원시향은 이번 공연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이번 축제를 통해 독특한 편성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물했다. 현악4중주로 시작해 금관, 타악기 앙상블로 장식한 무대는 현악기의 빠르고 경쾌한 연주를 시작으로 관악기의 웅장하고 장엄한 무대, 타악기의 싱그럽고 리듬감 있는 연주로 다양한 악기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무대였다.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피아노 퀸텟의 연주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미국의 연륜 있는 연주자들이자 교수로 구성된 피아노 퀸텟의 무대는 가히 감탄을 자아내는 연주였다. 도흐나니에 현악3중주를 위한 세레나데 작품 10번은 경쾌하고 우아한 선율이 흘러 현악기에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줬다. 연주 프로그램들 중 사라사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사파테아도는 강렬한 바이올린과 경쾌한 피아노의 조화가 무대를 압도했다. 속도가 빠른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 속에 녹아있는 스페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축제의 마지막 26일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퍼니밴드의 공연이 기업사랑공원을 중심으로 진해루, 오동동문화광장 무대가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분들에게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취지가 돋보인 퍼니밴드의 공연은 국내 최초 퍼포먼스 브라스 앙상블다운 연주를 들려주어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 무대였다. 미국민요부터 원곡의 흥겨움을 한국정서에 맞게 변화시킨 프리마의 씽씽씽, 기차 퍼포먼스,  영화 '쎄시봉‘에서도 나왔던 마지막곡인 루이 암스트롱의 성자의 행진은 쾌활하고 가벼운 분위기의 곡으로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본 노래로 대중들에게 클래식에 무게를 덜어준 연주였다. 

같은 날 오후, 성산아트홀 로비에서는 창작한 실내악이 흐르고 있었다.
작곡가 한정훈, 강나루, 진규영, 최천희, 전욱용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긴 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한정훈 작곡가의 현악4중주를 위한 ‘외갓집’은 그의 어렸을 적 외갓집에 대한 기억을 형상화 했다.

최천희 작곡가의 현악4중주를 위한 ’창원 산조‘는  우리의 장단을 클래식에 입힌 곡으로 동서양 음악의 장점만을 골라 한 곡으로 결합시킨 곡이었다.

마지막 전욱용 작곡가의 현악4중주를 위한 ’바다‘는 파도의 울렁임이 그대로 느껴졌다. 수많은 단편들이 모여 어우러져 일관된 어조로 무언가를 얘기하듯 그의 곡에서는 밀물이 밀려오는 파도의 시원한 소리와 썰물의 잔잔한 소리까지 표현해 고요하고도 편안한 곡이었다.

26일 5시,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는 동행의 마지막 연주단체로 차이코프스키 스트링 콰르텟의 연주가 울려 퍼졌다.

이미 몇 번의 내한공연을 왔던 그들은 세계를 무대로 두는 아티스트답게 긴장한 기색없이 최소 편성의 악기로 최대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3번을 첫 곡으로 시작했다. 그들은 각각의 개인 기량이 뛰어난 아름다운 소리와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더 고조됐다. 심오한 감정의 절제가 돋보이고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전통이 고스란히 담은 연주였다.

다시 시작
마지막 테마이자 축제의 마지막 공연이기도 한 폐막공연의 런던 12앙상블의 공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에서 온 12명의 앙상블은 각각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현대적이며 역동적인 연주를 보여주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그 속에서 다양성을 추구했다. 윌리엄스의 곡을 첫 곡으로 쇼스타코비치, 바르톡의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까지 실내악의 정석을 보여주면서도 세련된 현대음악까지 그들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마지막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미국인 작곡가 스티븐 몬태규의 ‘창원의 찬가’였다. 고향의 봄을 모티프로 작곡한 이 곡은 이번 축제를 통해서 세계 초연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곡은 현대적으로 해석한 고향의 봄 이었다. 창원 출신 피아니스트 성예나가 협연해서인지 그 의미가 더욱 깊어져 마지막 무대가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피아니스트 성예나는 “개인적으로는 세계적 작곡가가 주신 곡을 연주하게 돼 영광이다. 런던에서 여러 차례 만나 창원의 문화나 예술에 대해 설명하고 리서치 했다.  이번 연주가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돼 무엇보다 좋았다. 2018년 봄 런던에서 연주회를 가질 계획인데 이때도 이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늘 연주한 곡은 창원을 배경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잘 살린 느낌이다.”고 설명했다.

최천희 경남음악협회장(작곡가)도 “초연된 고향의 봄은 기대이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외국인 작곡가가 쓴 것이라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곡을 들어보니까 피아노를 활용한 기법이라든지 고향의 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살려 축제의 성격에 맞게 잘 쓴 곡이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

사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