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창원국제실내악축제 리뷰
“창원의 봄날에 새로움을 더하다”

 

문   의 : 창원국제실내악축제 사무국 055) 714-7680~4 (chamf.or.kr)

3월 31일(토)부터 4월 8일(일)까지 9일간 실내악의 선율로 새 봄의 소식을 전했던 2018 창원국제실내악축제(이하 CHAMF)가 화려한 막을 내렸다. 지난 해, ‘창원’, ‘국제’, ‘실내악’, ‘축제’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네 단어가 모여 새로운 고유명사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올해, 지극히 ‘이질적’이었던 고유명사에 ‘정체성’이 부여되기 시작했다.

창원 - ‘음악도시 창원’을 그리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200여개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대다수는 1회성으로 폐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금방 사라지는 축제들의 대부분은 지역의 특색을 감안하지 않고, 지역민들과 교감하지 않은 결과이다.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인 축제로서 역사를 이어가려면 지역민들과 ‘함께’해야 한다. CHAMF는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은 물론 지역 예술인들과의 교감을 필수요소로 인식해왔다.

이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들만큼 창원의 음악 예술 분야를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 CHAMF는 올해에도 예향 창원의 명맥을 이어가는 지역 대표 연주단체들 그리고 지역작곡가들과 공동으로 공연을 기획하였다. 그 과정에서 연주자들은 지역 음악인으로서의 고충을 전하고, 축제는 그들로부터 축제의 방향에 대한 조언과 충고를 얻으며 유대감을 형성하였다.

김한기 창원대학교 교수는 창작곡 ‘창원의 봄’을 작곡하여 축제에 헌정했다. 그는 “창원 시민의 노래”의 주제에 기악적 성격을 부여하여 창원의 드넓은 대지에서 느껴지는 봄의 기지개와 꽃과 나비들의 인사를 작품에 담아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폐막공연 : Memories of Spring(나의 살던 봄은)에서 피아노 퀸텟의 편성으로 연주된 이 곡은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봄의 추억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주에 창원 출신의 세계적인 아티스트 이경선 감독과 피아니스트 성예나 그리고 현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이리나 부악장이 참여하여 의미를 더했다.

‘음악도시 창원’의 미래를 위한 노력도 잊지 않았다. 경남대학교, 창신대학교, 창원대학교 음악학과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3색 캠퍼스의 하모니 무대를 위하여 학생들은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님들과 함께 시간을 쪼개어 무대를 준비했다. 학생들은 스트링 콰르텟, 피아노  트리오, 보이스 앙상블, 브라스 퀸텟 등 다양한 편성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풍성한 무대를 꾸몄다. 이날 공연에는 주로 출연진들의 친구들이 객석을 채웠다. 특히 관객으로 참여한 비전공자 학생들은 클래식은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친구의 연주를 통해 들으니 재미있고 친근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친구들이 등·퇴장할 때 마다 큰 환호와 박수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창원의 자라나는 음악 꿈나무들이 다른 지역이나 해외에 가지 않고도 수준 높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먼저 창원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였다. 또한 WANNA CHAMF라는 타이틀로 자유참가 실내악 단체들을 모집하고 3팀을 선정하여 축제기간동안 실내악 마스터들과 4번의 워크샵을 진행하였다. 3팀 중 한 팀 이상은 창원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 결과, 국립 창원대학교 음악과에 재학 중인 4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뮤즈콰르텟이 선정되었다. 뮤즈콰르텟은 때로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WANNA CHAMF 워크숍은 세계적인 교수님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면서 ‘하모니’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더 깨우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교수님들의 지도로 성숙한 음악 이라는 뮤즈콰르텟의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 것 같아 스스로도 놀랍다는 소감을 남겼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날이면 WANNA CHAMF 참가 단체들은 축제팀에 찾아와 사용가능한 연습실이 있는지 문의하였다. 대가들과의 만남이 그들의 열정과 잠재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마스터클래스와 WANNA CHAMF는 10년 뒤, 20년 뒤의 창원국제실내악축제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참여기회가 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제 또는 영양분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성숙한 음악으로 CHAMF 초청 아티스트로서 당당히 다시 창원을 찾아주길 바란다.

국제 - 세계의 음악이 이곳에 모이다.

지난해와 비교하여 올해 가장 가시적으로 달라진 점은 바로 참여 아티스트 라인업이다. 창단 71주년을 맞이한 관록의 체코 출신 앙상블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을 비롯하여, 서울비르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 아티스 콰르텟, 바이스 카플란 트리오 등 13개국 15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창원에 모였다. 아티스트들의 연습 일정이 집중되어 있던 성산아트홀 안내실의 직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었다는 후문!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한 통역 어울리미(CHAMF 자원봉사자들의 애칭)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공항에서 환영 사인 보드를 들고 마중하는 것부터 배웅까지, 아티스트들이 창원에서 지내는 동안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해주었다. 특히, 무대 리허설 때마다 대기하며 연주자들의 요청사항을 무대, 음향, 조명 감독님들께 정확하게 전달하여 완성도 높은 무대 연출을 도왔다. 백스테이지에서 무대를 준비한 무대 어울리미, 공연장 로비에서 원활한 운영을 지원한 운영 어울리미들의 수고도 있었다. 그 덕분에 해외 아티스트들의 축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뮌헨 필하모닉 수석 더블베이시스트 슬라보미르 그렌다는 CHAMF의 유럽 홍보 대사가 되어 줄 것을 약속하며 어울리미들과 스탭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CHAMF 2018의 국제적인 라인업 구성에는 이경선 음악감독의 영향이 컸다. 이경선 음악감독은 자신이 가진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수준 높은 앙상블들을 초청하였다. 이경선 음악감독을 매개로 창원에 모인 아티스트들은 창원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음악적으로 교류하였다. 일부 연주자들은 공연을 전후로 며칠 더 체류하며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관람하였다. 어제 무대에서 보았던 연주자를 객석에서 다시 보게 되는 다른 관객들 또한 매우 반가워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등 축제를 함께 즐겼다. 음악을 전공한 일부 관객들은 아티스트들과 음악적인 정보를 나누기도 하였다.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대표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도 창원에서 연주되었다. 클래식을 넘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실내악의 범주 내로 포섭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폭넓은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먼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작국악단체 정가악회가 우리의 실내악 ‘풍류’를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였다. 중앙국악관현악단 단장인 김성국 작곡가는 전통악기 대금과 서양악기 바이올린이 만나 신비로운 하모니를 이루는 작품 ‘다시 봄(Spring Again)’을 발표하였으며, 경남음악협회 회장인 최천희 작곡가는 가야금과 현악4중주를 위한 ‘산조(Sanjo)'를 발표하며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절묘하게 엮어냈다.

여기에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은 체코 국민악파의 거장인 스메타나, 수크 그리고 야나첵의 프로그램을 연주하며 체코 음악의 우수어린 서정성을 유연하게 보여주었다. 아티스 콰르텟은 음악도시 빈(Wien)을 대표하는 콰르텟답게 하이든, 브람스 등 고전 클래식과 현대 오스트리아 음악을 대표하는 쳄린스키의 프로그램으로 빈의 어느 봄날을 멋지게 그려냈다. 또한 다국적 탱고 앙상블 그란탱고콰르테토는 클래식과 탱고의 완벽한 결합을 이끌어 낸 피아졸라의 작품들을 연이어 연주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남미의 한 휴양지에서 멋진 밤을 보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였다.

실내악 - 가장 친밀한 형태의 음악.

실내악(chamber music 또는 musica da camera)은 적당한 크기의 방 안에서 연주하기에 적절한 규모와 구성의 음악을 말한다. 작은 규모와 편성만큼이나 실내악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친밀함이다. 소규모의 앙상블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친밀하게 연주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실내악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CHAMF 2018은 이러한 실내악의 정신에 초점을 맞추었다. 적은 수의 연주자들이 숨소리와 표정, 눈빛과 발짓으로 호흡을 맞추며 음악적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실내악의 매력을 관객들이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들이 한 발 더 앞으로 나섰다.

성산아트홀 소극장 무대에 올랐던 정가악회, 아티스 콰르텟, 뷔에르 앙상블, 그란탱고콰르테토, 바이스 카플란 스텀프 트리오는 오케스트라 피트(orchestra pit)에서 연주했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관객석과 무척 가깝기 때문에 아무리 경험이 많은 연주자라고 해도 부담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또한 무대 뒤편의 음향반사판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풍부한 소리 내기에도 약간의 제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자들은 기꺼이 관객들 앞으로 나왔다. 그만큼 연주에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진짜 실내악의 묘미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연주자들의 열정과 테크닉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관객들은 큰 감동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음향 반사판을 사용하지 않아 음향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주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것은 CHAMF이기에 가능한 구성이라는 평가다.

관객들과 보다 더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한 또 하나의 시도는 바로 CHAMF 프리뷰 프로그램이다. 9개의 CHAMF CHOICE(초청공연)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20분간 프리뷰어 장일범과 송영민이 당일 공연의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낯선 곡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듣는 것보다 스토리를 알고 듣는 것은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실내악을 마냥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로 준비한 프리뷰 타임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장일범은 매끄럽고 알찬 내용으로 감상포인트를 짚어주어 공연 만족도를 높였다. 송영민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프리뷰 중간 중간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스토리의 이해를 돕고, 관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다소 경직적일 수 있는 클래식 공연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프리뷰가 관객 입장과 동시에 진행되어 다소 산만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프리뷰 시간 또는 구성에는 약간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축제 - 우리 모두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CHAMF를 만드는 4개의 단어 중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축제”일 것이다. 지역적 정체성의 확립, 국제행사다운 규모와 라인업도 모두 중요하지만 CHAMF의 궁극적인 목표가 많은 사람들의 삶이 실내악을 통해 더 즐거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인 만큼  축제다운 축제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CHAMF 2018이 내세운 올해의 주제는 바로 ‘Memories of Spring(나의 살던 봄은)’ 이다. 실내악 선율을 통해 아름다웠던 지난 봄날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또 축제에 참가하여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창원국제실내악축제는 일부 애호가들만 즐기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를 지향한다. 축제의 대중화를 위해서 시민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야외무료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고택음악회’에는 다소 추웠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흥겨운 잔치 한마당을 펼쳤다. 창원의 집에서 펼쳐지는 고택음악회는 CHAMF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방문객들은 호방한 무대매너로 재기발랄한 무대를 선보인 악단광칠의 신명나는 국악에 맞추어 흥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OFF the CHAMF 프로그램 ‘벚꽃 피는 실내악-안녕, 악기야!’도 신선했다. CHAMF 2018 기간 동안 진해문화센터 체육관 앞 광장에서 창원문화재단이 선정한 판꾼들과 경남 브라스 금관5중주, 아르끼 현악4중주, 코리안 아츠 브라스의 야외 공연이 열렸다. 또한 광장 한편에서는 어린이들이 클래식 악기를 만져보고 직접 연주하는 법을 배워볼 수 있는 체험 부스를 운영하였다. 주중에는 어린이집에서 주말에는 군항제 기간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벚꽃 피는 실내악-안녕, 악기야!’를 찾았다. 특히 공연장 입장이 어려운 미취학 아동을 둔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호응이 좋았다. 어른들은 벚꽃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실내악 선율을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어린이들은 발피아노 위에서 춤을 추며 즉흥 연주를 하고, 어울리미들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현악기와 금관악기 소리 내는 법을 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2019 창원국제실내악축제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다. 2회째를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들과 잘 되었던 점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2019년에는 ‘창원국제실내악축제’라는 고유 명사가 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회자되길 바란다.